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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력직 면접 질문 — 연차 말고, 그 자리가 '빈 자리'인지 '새 자리'인지를 보세요

강형모 · 채용·면접 20년

밝은 낮의 사무실에서 지원자가 노트북 화면의 채용공고를 손가락으로 한 줄씩 짚어 내려가며 읽고 있고, 옆 책상에는 비어 있는 의자 하나가 보인다

경력직 면접이 잡혔습니다. 지금 뭐 하고 계세요? 아마 이력서를 열어놓고 프로젝트를 연대순으로 다시 줄 세우고 계실 겁니다. 몇 년도에 뭘 했고, 그다음엔 뭘 했고.

그 순서, 면접관은 안 봅니다. 면접관이 들고 들어온 종이엔 당신의 연표가 아니라 '이 자리가 왜 생겼는지'가 적혀 있거든요. 그게 누가 나가서 생긴 빈 자리냐, 없던 걸 만든 새 자리냐에 따라 같은 경력이 근거로 읽히기도 하고 그냥 흘러가기도 합니다.

목차

🪑 그 공고는 공고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

채용은 공고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. 채용 요청서에서 시작해요. 사람이 필요한 팀이 올리는 한 장짜리 문서인데, 거기 윗줄에 이 자리가 결원 대체인지 증원인지가 적힙니다. 이 한 칸이 뒤에 일어날 거의 전부를 정합니다.

결원 대체는 이미 있던 자리입니다. 인원 계획에도 예산에도 이미 들어가 있어서 승인이 빠릅니다. 대신 지금 그 사람이 하던 일이 팀의 누군가에게 얹혀 있습니다. 그 과부하가 요청서를 올리게 만든 진짜 이유예요.

증원은 없던 자리입니다. 인건비를 새로 타와야 하니 결재선이 깁니다. 팀장 위에 본부장, 그 위에 예산을 보는 쪽까지 올라가고, 한 번 반려되면 분기가 넘어가기도 합니다. 20년 넘게 사람을 뽑아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, 이 두 자리는 면접장에 들어오는 면접관의 급한 정도부터 다릅니다.

그런데 공고 문구는 둘 다 비슷하게 생겼습니다. 회사가 숨기는 게 아니라, 공고는 원래 '어떤 일을 한다'를 적는 문서지 '왜 비었다'를 적는 문서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.

🔍 공고에서 가르는 법 — 동사를 보세요

주요업무 항목의 동사가 단서입니다.

빈 자리 신호 — '운영', '개선', '고도화', '안정화', '유지'. 그리고 기존 시스템의 고유명사가 튀어나옵니다. 사내 툴 이름, 특정 파이프라인 이름, 특정 채널 이름. 자격요건에 도구가 콕 박혀 있는 것도 같은 신호예요. 그 도구는 전임자가 쓰던 겁니다.

새 자리 신호 — '구축', '신설', '도입', '정립', '설계'. 대상이 추상적입니다. '○○ 체계를 만들어주실 분', '처음부터 함께 만들어갈'. 같이 일할 팀 구성이 뭉뚱그려져 있다면 아직 안 정해진 겁니다.

둘이 섞인 자리도 있습니다. 전임자는 있었는데, 나간 김에 역할을 새로 짠 경우예요. 이때는 업무 줄 수를 세보세요. 다섯 줄 중 셋이 '운영' 쪽이고 둘이 '구축' 쪽이면, 면접에서 먼저 방어할 곳은 셋 쪽입니다.

그래도 애매하면 그냥 물어보셔도 됩니다. '이 포지션은 기존에 하시던 분이 계셨나요, 아니면 새로 만드시는 자리인가요?' 무례한 질문이 아닙니다. 이걸 묻는 지원자는 자기 일의 경계를 확인하려는 사람으로 읽혀요.

🎙 그래서 질문이 이렇게 갈라집니다

빈 자리에서 나오는 질문
'입사하시면 처음 3개월 동안 뭘 하시겠어요?' · '인수인계가 거의 없는 상태로 시작해야 한다면요?' · '공고에서 보신 만큼만 아실 텐데, 뭐가 제일 걱정되세요?'

여기서 확인하는 건 언제부터 이 사람이 혼자 굴릴 수 있나입니다. 그러니 답에 순서가 있어야 합니다. 첫 2주에 무엇을 읽고 누구에게 무엇을 묻겠다, 그다음 무엇부터 손대겠다. 예전에 얼마나 큰 걸 했는지는 그다음 얘기예요. 자립 시점이 안 그려지면 경력이 아무리 두꺼워도 그 칸은 빈 채로 회의에 올라갑니다.

새 자리에서 나오는 질문
'이 직무가 왜 필요하다고 보세요?' · '성공을 뭘로 재시겠어요?' · '6개월 뒤엔 뭐가 달라져 있어야 할까요?'

여기서 보는 건 범위를 좁히는 능력입니다. 없던 자리라 할 일이 무한대로 보이거든요. 그래서 '다 해보겠습니다'가 제일 나쁜 답입니다. 열정으로 안 읽히고 기준이 없는 사람으로 읽혀요. 하나를 고르고, 왜 그걸 먼저 하는지, 무엇을 뒤로 미루는지까지 말하는 답이 남습니다.

같은 프로젝트 하나를 얘기해도 빈 자리엔 '이어받아서 끊기지 않게 한 대목'을, 새 자리엔 '아무도 안 시켰는데 범위를 내가 정한 대목'을 앞에 꺼내야 합니다. 없는 경험을 만들라는 게 아니라 어느 면을 위로 두느냐의 문제예요.

🧾 연차를 한 줄 더 쓰는 게 왜 소용이 없냐면

고용노동부는 사업체에 '구인은 했는데 왜 못 뽑았나'를 묻는 조사를 합니다. 2026년 1분기 결과에서 기업들이 가장 많이 고른 이유는 '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'(25.8%)이었습니다.

읽는 법이 중요합니다. 이건 '지원자가 모자랐다'는 답이 아니에요. 사람은 왔는데 그 자리가 요구한 경력이 아니었다는 답입니다. 연차는 이 칸을 못 채웁니다. 7년이 5년을 이기는 게 아니라, 그 자리의 일에 붙는 5년이 붙지 않는 7년을 이깁니다.

그러니 오늘 밤에 하실 일은 경력기술서를 한 줄 늘리는 게 아니라, 공고를 다시 열고 주요업무의 동사에 표시하는 겁니다. 빈 자리로 읽히면 첫 90일 계획을 쓰세요. 무엇을 읽고, 누구를 만나고, 어디부터 손대겠다. 새 자리로 읽히면 먼저 할 하나와 미룰 하나를 정하세요. 둘 다 A4 반 장이면 끝납니다.

그리고 그 반 장을 소리 내어 한 번 말해보세요. 머릿속에서만 정리된 건 면접장에서 안 나옵니다.

경력직 면접은 내 경력을 잘 설명하는 자리가 아닙니다. 그 자리에 뚫린 구멍의 모양을 알아내고, 내 경력 중 그 모양에 들어맞는 면을 위로 돌려놓는 일입니다.

빈 자리면 — 언제부터 혼자 굴릴 수 있는지.
새 자리면 — 무엇부터 하고 무엇을 미룰 건지.

연차는 그 구멍의 모양을 안 바꿔줍니다. 공고를 다시 여는 데는 5분이면 되고요. 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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참고한 자료
  1. 고용노동부 「2026년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발표」 (2026-06-30)A등급(미충원 사유) ‘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’(25.8%), ‘사업체에서 요구하는 학력·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’(18.5%) 순으로 높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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